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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vs 레옹: 김새론과 나탈리 포트만, 아역의 경계를 넘어선 감정

by 리윤라이프 2025. 4. 3.

영화 '아저씨' 포스터. 배우 원빈이 진지한 눈빛으로 총을 겨누고 있고, 뒤에는 겁먹은 소녀가 숨어 있음. 어두운 배경과 함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전달하며, 중앙에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는 문구와 제목 '아저씨'가 강렬하게 적혀 있음영화 '레옹' 포스터. 선글라스를 낀 남성의 얼굴이 도시 배경과 함께 크게 클로즈업되어 있고, 아래에는 총을 든 킬러 레옹과 어린 소녀 마틸다가 함께 포즈를 취한 장면이 있음. 상단에는 '킬러와 소녀, 전설이 되어 돌아오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음
아저씨 vs 레옹

 

1994년작 《레옹》과 2010년작 《아저씨》는 각기 다른 시간, 국가, 문화적 배경에서 탄생한 작품이지만, 놀랍도록 닮은 서사를 품고 있습니다. 고독한 남성 킬러와 상처 입은 소녀, 이 두 인물이 만들어가는 감정의 교류는 영화의 중심 정서를 관통하며 결국 관객의 심장을 쥐고 흔드는 서사적 추동력이 됩니다.

그 안에서 나탈리 포트만(마틸다 역)과 김새론(소미 역)은 단순한 ‘보조 인물’이나 ‘구조 대상’이 아닌, 서사를 이끄는 주도적인 감정의 축으로 기능합니다. 이번 비교 리뷰에서는 두 배우가 구현한 감정선의 결, 연기 스타일의 차이, 그리고 문화적 배경과 영화 구조 안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존재만으로 감정을 전환시키는 소녀들 – '소미'와 '마틸다'의 드라마 내 역할

영화 속에서 ‘소미’와 ‘마틸다’는 모두 불완전한 가정 안에서 방치된 아동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자 주인공과 맺는 관계는 단순한 보호와 피보호의 관계를 넘어, 남성 주인공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목적을 되찾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틸다는 레옹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 하며, 그의 냉혹한 킬러 세계를 오히려 동경합니다. 그녀는 능동적으로 "나도 킬러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며, 감정적·서사적으로 끊임없이 레옹을 흔들고 변화시키는 존재입니다.

반면, 소미는 태식에게 조용히 스며듭니다. 태식은 겉으로는 거칠고 무관심한 듯하지만, 소미의 존재를 통해 자신이 단절했던 감정과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회복해 갑니다. 소미는 말보다 눈빛으로, 행동보다 존재로 이야기합니다. 이 조용한 존재감은 태식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면서도,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유일한 이유가 됩니다.

두 소녀 모두 영화 속 남성 인물의 서사를 단순히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바꿔놓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서사 구조상 중심 인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2. 김새론과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결 – 절제와 과감함, 그 극단의 미학

나탈리 포트만은 《레옹》에서 12세의 나이로 성인보다 성숙한 감정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지만, 영화 속에서 마틸다는 레옹을 향한 사랑을 명확하게 언어로 표현합니다.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대사는 관객에게 강한 충격을 주며, 포트만은 그 복잡한 감정을 표정, 억양, 몸짓 하나하나로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그에 비해 김새론의 연기는 극단적인 절제 속에서 감정을 전달합니다. 《아저씨》 속 소미는 울지 않습니다. 소리 지르지 않고, 뭔가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하지도 않지만 그 눈빛, 숨죽인 듯한 표정,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세 하나로 모든 감정을 설명합니다.

두 배우는 서로 정반대의 연기 스타일을 통해 감정의 복합성과 내면의 파고를 표현합니다. 포트만은 앞에서 끌어당기고, 김새론은 안에서 끌어당깁니다. 결과적으로 둘 다 관객에게 강한 몰입을 유도하고, 그 감정이 캐릭터의 성장과 영화의 결말까지 이어지는 동력이 됩니다.

3. 문화와 연출의 차이 – 서구의 '금기 실험' vs 동양의 '정서 공감'

《레옹》은 뤽 베송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과 함께 ‘어린 소녀가 킬러를 사랑한다’는 다소 위험한 감정선을 그리며 서구 영화계에서 금기시되던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실험적 영화로 남았습니다. 당시 논란도 많았지만, 이 대담한 연출이 포트만의 연기를 더욱 부각시키는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아저씨》는 한국 사회의 정서에 충실합니다. 소미와 태식 사이의 관계는 오직 부성애와 보호 본능의 극대화를 통해 표현됩니다. 원빈과 김새론의 감정선은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간절한 연결’로 관객을 울립니다.

이처럼 두 영화는 감정의 핵심 구조는 유사하지만, 연출 방향과 문화적 수용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김새론의 ‘침묵과 정적’은 한국 관객에게는 깊은 공감과 슬픔을 불러일으키고, 포트만의 ‘직설과 도전’은 미국·유럽 관객에게는 충격과 매혹을 동시에 안깁니다.

4. 시대를 초월한 감정의 보증 – 김새론과 포트만, 아역을 넘어선 배우

김새론은 《아저씨》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아역’이라는 타이틀을 넘어선 첫 출발을 알렸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단순히 연기력이 뛰어난 아역이 아니라, 한 편의 느와르 영화에서 감정을 책임지는 유일한 인물로 평가받았습니다.

나탈리 포트만 역시 《레옹》 이후 할리우드 전성기를 시작하며 ‘천재 아역’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배우로서 가장 이른 시점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연기자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마틸다는 지금까지도 영화계에서 아역 연기의 대표 사례로 회자되며, 감정의 복잡성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연기로 남아있습니다.

결론: 다른 길, 같은 깊이 – 감정을 만드는 두 방식의 정점

《아저씨》와 《레옹》은 각각 김새론과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배우를 통해 아역 배우의 연기가 단순한 ‘귀여움’이나 ‘감성 자극’이 아님을 증명한 작품입니다. 감정이란 눈물만으로 표현되지 않으며, 관계란 말로만 맺어지지 않으며, 영화는 말이 아니라 감정이 움직일 때 관객을 사로잡는다는 본질을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입증했습니다.

김새론은 침묵 속에서 울게 했고, 포트만은 당돌함 속에서 상처를 드러냈습니다. 두 배우 모두, 아역을 넘어 ‘배우’ 그 자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