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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브 브라더스 ep.9 - Why We Fight

by 리윤라이프 2025. 3. 21.

밴드 오브 브라더스 9화 포스터
밴드 오브 브라더스: Why We Fight

 

“우리가 싸운 이유 – 진실 앞에서 무너진 강인함”

HBO의 명작 밴드 오브 브라더스 9화 Why We Fight는 시리즈 전체 중 가장 묵직한 주제를 담은 에피소드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지 중대가 겪은 고된 훈련, 치열한 전투, 혹한의 바스토뉴, 끝을 향한 긴 행군까지 함께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무너뜨립니다.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않았던 우리조차도, 화면을 바라보며 숨이 막히고, 마음이 쪼그라드는 경험을 하게 되죠.

왜 그들은 싸웠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전쟁이 끝나갈 즈음의 병사들은 오히려 갈피를 못 잡고 있었습니다. 독일은 이미 패색이 짙고, 전투도 줄어들었으며, 병사들의 마음은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까'에 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 ‘왜’에 대해, 그 어떤 설명보다도 분명하고도 끔찍한 ‘현장’을 보여줍니다.

1. 전투 없는 날들 – 마음은 이미 고향에 가 있다

"하도 오래 싸워서, 이젠 총소리가 안 들리면 더 불안해진다."

9화의 초반부는 비교적 고요한 분위기에서 시작됩니다. 전투는 거의 사라졌고, 이지 중대는 독일의 도시를 하나씩 점령하며 앞으로 전진합니다. 병사들은 한가롭게 피아노를 치고, 버려진 고급 주택에 들어가 와인을 마시며 전쟁이 끝나가는 걸 실감합니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묘하게 낯섭니다. 수없이 많은 전우를 잃은 이 병사들은 '평화'라는 단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총알이 날아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느낌. 그리고 마음 한구석엔 이상하게 불편한 긴장감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 뭔가 끝나지 않았다는 본능적인 감각이죠.

2. 우리가 마주한 진실 – 수용소의 문이 열렸을 때

"전쟁은 지옥이지만, 인간이 만든 지옥은 더 끔찍했다."

그날, 이지 중대는 평소처럼 독일 마을 외곽을 정찰하다가 나무 숲 근처에서 이상한 구조물을 발견합니다. 철조망, 사람의 흔적, 악취. 그리고 곧… 그들은 유대인 강제 수용소를 발견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깡마른 사람들, 누더기 옷, 눈빛조차 흐릿한 생존자들. 병사들은 처음엔 여기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도대체 무슨 시설이 이런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건지.

하지만, 점점 퍼져나가는 썩은 냄새, 안쪽에 무질서하게 쌓인 시체들, 벽에 박힌 못, 바닥에 흐른 피자국… 그리고 철창 안에서 뼈만 남은 몸으로 두 팔을 내밀며 "Danke(고맙다)"고 중얼거리는 사람들. 그제야 병사들은 깨닫습니다. 이건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인류의 어두운 심연과 마주한 것이라는 걸.

윈터스 대위도, 니xon도, 리프턴도, 말라키도… 총알도 견디고, 포화 속에서도 침착하던 그들이, 이 수용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됩니다. 얼굴은 굳고, 말은 줄고,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못합니다. 이런 종류의 공포는 총으로도, 훈련으로도 막아낼 수 없는 것이니까요.

3. 감정의 붕괴 – 전우애보다 더 깊은 인간성의 흔들림

"우리는 싸워서 이겼다. 그런데… 이게 우리가 막으려 했던 거였다."

수용소를 발견한 후, 이지 중대는 군 의무부와 연락을 취하고, 생존자들에게 식량과 물을 나눠줍니다. 하지만 생존자들의 몸은 너무 약했고, 단순한 음식조차 이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걸 알게 된 병사들은 손에 들고 있던 빵 조각 하나조차 건네는 걸 망설이게 됩니다. 살리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무력감. 그 순간 병사들은 처음으로 '총을 든 군인'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붕괴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전까지 ‘싸우는 이유’는 생존, 명령, 동료, 국가 등으로 막연하게 포장되어 있었지만, 이제 그 이유는 더 이상 개념이 아닙니다. 그들이 막지 않았다면, 혹은 조금만 늦게 도착했다면… 수용소 안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 겁니다.

그들은 이 현실을 눈으로 직접 보고, 냄새로 맡고, 피부로 느끼며 ‘왜 싸웠는가’를 몸으로 받아들입니다.

결론 – 전쟁이 끝나가도, 인간으로서의 전쟁은 계속된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9화 Why We Fight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에 가장 강력한 대답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왜 싸웠는가?" 바로 이런 참상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전쟁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되짚게 합니다. 피 흘리는 전투보다 더 무거운 진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전쟁의 진짜 희생은 눈에 보이는 상처보다 더 깊숙한 곳에 남는다는 것을.

전쟁은 끝나가고 있지만, 이지 중대 병사들의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본 것, 느낀 것, 겪은 것들은 평생 그들을 따라다닐 것입니다.

다음 리뷰에서는 마지막 에피소드, 10화 "Points", 전쟁이 끝난 후에도 끝나지 않은 전우들의 이야기와, 이지 중대의 마지막 여정을 다룰 예정입니다.

"Currahee!"